판례와 사례

노동법은 판례로 완성됩니다. 조문만 읽어서는 알 수 없는 실제 판단 기준을, 사건의 배경과 함께 정리했습니다. · 마지막 손질 2026. 7. 12.

임금 관련 판례

① 통상임금의 '고정성' 요건 폐기 — 대법원 2024. 12. 19.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

무슨 사건인가: "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한다"는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가 문제된 사건입니다. 2013년 전원합의체(갑을오토텍 사건) 이후 재직자 조건부 상여금은 '고정성이 없다'는 이유로 통상임금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.

대법원의 판단: 통상임금의 개념 요소에서 '고정성'을 제외했습니다.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적·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면, 재직 조건이나 최소 근무일수 조건이 붙어 있어도 통상임금이 될 수 있습니다.

🟢 왜 중요한가

통상임금은 연장·야간·휴일수당의 '단가'입니다.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들어오면 야근수당 시급 자체가 올라갑니다. 상여금 비중이 큰 제조업·금융권에서 특히 파급이 큰, 10년 만의 판례 변경입니다. 새 법리는 판결 선고일 이후 산정되는 통상임금부터 적용됩니다.

② 퇴직금 분할 약정의 무효 — 대법원 2010. 5. 20.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

무슨 사건인가: "월급에 퇴직금을 포함해서 지급한다"고 약정하고 매달 퇴직금 명목의 돈을 얹어 준 뒤, 퇴직 시 퇴직금을 따로 주지 않은 사건.

대법원의 판단: 퇴직금은 퇴직해야 발생하는 후불 임금이므로 재직 중 미리 나눠 지급하는 약정은 무효. 퇴직 시 퇴직금 전액을 다시 지급해야 합니다. 다만 이미 '퇴직금 명목'으로 받은 돈은 부당이득으로 반환 대상이 될 수 있어(상계 법리 적용), 실무에서는 복잡한 정산이 벌어집니다.

🟡 교훈

"월급에 다 포함돼 있다"는 말로 퇴직금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. 사업주 입장에서도 이런 약정은 이중 지급 리스크만 키우는 최악의 선택입니다. 퇴직연금(DC형) 가입이 합법적인 대안입니다.

③ 연장근로 한도의 계산 단위 — 대법원 2023. 12. 7. 선고 2020도15393

무슨 사건인가: 3일 연속 밤샘 근무처럼 특정일에 근로가 몰린 경우, 1일 8시간 초과분을 합산해 주 12시간 한도 위반을 판단할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.

대법원의 판단: 주 52시간 한도 위반 여부는 1일 단위 초과분의 합산이 아니라 1주 총 근로시간이 52시간(40+12)을 넘는지로 판단합니다. 하루 15시간을 일해도 주 전체가 52시간 이내라면 '한도 위반죄'는 성립하지 않습니다.

🔵 실무 포인트

주의: 이것은 형사처벌(한도 위반)의 기준일 뿐입니다. 1일 8시간을 초과한 근로에 대한 연장수당은 여전히 일 단위로 계산해 지급해야 합니다. "판례 바뀌어서 하루 몰아 시켜도 수당 없다"는 오독이 퍼져 있는데, 전혀 아닙니다.

연차·휴가 관련 판례

④ 1년 계약직의 연차는 11일 — 대법원 2021. 10. 14. 선고 2021다227100

무슨 사건인가: 딱 1년(365일) 일한 요양보호사가 "1년 미만 월차 11일 + 1년 만근 15일 = 26일"의 연차수당을 청구한 사건. 고용노동부도 당시 26일설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.

대법원의 판단: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전년도 근로를 마친 다음 날 재직해야 발생합니다. 365일 근무 후 계약이 끝났다면 15일분은 발생하지 않아 11일만 인정. 이 판결로 고용노동부 행정해석도 변경되었습니다.

🟠 실전 적용

1년 계약직이라면 계약 만료일이 '365일째'인지 '366일째'인지에 따라 연차수당이 15일분 차이 납니다. 사업주는 계약 기간 설계 시, 근로자는 정산 확인 시 반드시 챙겨야 할 포인트입니다.

⑤ 연차사용촉진의 함정 — 대법원 2020. 2. 27. 선고 2019다279283

무슨 사건인가: 회사가 연차사용촉진 절차를 밟아 근로자에게 휴가일을 지정해 줬는데, 근로자가 그 날 출근했고 회사도 별말 없이 일을 시킨 사건.

대법원의 판단: 지정 휴가일에 출근한 근로자에게 사용자가 명확한 노무수령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근로를 받았다면, 연차 미사용은 근로자 귀책이라 볼 수 없어 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.

🔵 실무 포인트

촉진 제도로 수당 지급 의무를 면제받으려면 서류 절차만으로는 부족합니다. 지정일에 출근한 직원을 실제로 돌려보내야 합니다. "PC 부팅 시 경고 팝업 + 상사의 귀가 지시"까지 해야 안전하다는 것이 이 판례 이후의 실무 감각입니다.

해고 관련 판례

⑥ 저성과자 해고의 요건 — 대법원 2021. 2. 25. 선고 2018다253680

무슨 사건인가: 수년간 인사평가 최하위 등급을 받은 직원을 교육·직무 재배치 후에도 개선이 없다는 이유로 통상해고한 사건.

대법원의 판단: 근무성적 불량을 이유로 한 해고는 ① 공정한 평가에 근거하고 ② 상당 기간 개선 기회(교육, 배치전환 등)를 부여했음에도 ③ 개선 가능성이 없고 ④ 그 정도가 사회통념상 고용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일 때만 정당합니다. 이 사건은 장기간·반복적 최하위 평가와 개선 기회 부여가 인정되어 예외적으로 해고가 유효로 판단된 사례입니다.

🟢 왜 중요한가

"일 못하면 잘릴 수 있다"가 아니라, "수년에 걸친 공정한 평가 + 충분한 개선 기회 + 그래도 안 될 때"라는 매우 높은 문턱을 확인한 판례입니다. 한두 해 평가가 나쁘다는 이유의 해고는 여전히 부당해고입니다.

⑦ 해고 서면통지의 구체성 — 대법원 2011. 10. 27. 선고 2011다42324 등

무슨 사건인가: 해고통지서에 "취업규칙 제○조 위반"이라고만 적고 구체적 행위를 특정하지 않은 사건들.

대법원의 판단: 서면통지 제도의 취지는 근로자의 방어권 보장이므로, 근로자가 무엇 때문에 해고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. 추상적 조항 나열만으로는 제27조 위반으로 해고가 무효입니다.

근로자성 관련 판례

⑧ 계약 형식보다 실질 — 대법원 2006. 12. 7. 선고 2004다29736 (근로자성 판단의 리딩케이스)

무슨 사건인가: 위탁계약·용역계약 등 형식상 자영업자로 계약한 사람이 퇴직금 등을 청구하며 근로자성을 주장한 사건.

대법원의 판단: 근로자인지는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 종속관계로 판단합니다. 주요 지표: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, 취업규칙 적용을 받는지, 지휘·감독 여부, 근무시간·장소의 구속, 비품·원자재 소유, 보수의 근로 대가성, 관계의 계속성·전속성 등. 4대보험 미가입이나 사업소득세 원천징수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에서 정할 수 있는 것이라 부차적 지표에 불과합니다.

🟠 실전 적용

학원 강사, 배달 라이더, 방문판매원, 프리랜서 디자이너… '3.3% 계약'이라도 사실상 직원처럼 일했다면 퇴직금·주휴수당·연차수당을 소급 청구해 인정받은 사례가 꾸준히 쌓이고 있습니다. 핵심 증거는 업무 지시 내역(메신저), 출퇴근 기록, 근무표입니다.

※ 판례 번호는 대법원 종합법률정보(glaw.scourt.go.kr)에서 검색하면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. 요약 과정에서 단순화한 부분이 있으니, 실제 분쟁에 인용할 때는 반드시 원문과 후속 판례를 확인하세요. 개인적으로는 ①번 전원합의체 해설을 쓰는 데 가장 오래 걸렸습니다. 파기환송심들이 쌓이면 후속 정리를 한 번 더 할 예정입니다.

📌 이 페이지의 수정 이력

  • 2026.07.12 — 저성과자 해고 판례(⑥) 해설 추가
  • 2026.02.10 — 연장근로 한도 판례(③)의 '수당은 별개' 주의 박스 보강
  • 2025.12.28 — 통상임금 전원합의체(①) 긴급 추가
  • 2025.11.20 — 페이지 신설 (판례 5건으로 시작)